우리집 2층에는 이혼녀가 산다.
내 나이 또래 여자애라 엄마는 처음부터 탐탁치 않으셨다.
하지만 경우 밝은 세입자도 생각보다 흔치 않아 엄마는 그 친구를 받으셨다.
나랑은 한 번도 인사한 적 없고 마주친 적 없지만 가끔 내방 창문 밖으로 새 남자친구가 드나드는 소리는 들은 것 같았다. 그러다 조금 일찍 출근한 오늘 아침, 헤드폰을 낀 나를 휙~ 스치며 지나가는 커플을 봤다. 작업복 차림의 팔자 걸음을 걷는 남자와 회색 스키니 바지와 안 어울리는 흰색 코트를 입은 여자. 직감적으로 그 커플임을 알았다
손을 꼭 잡고 걷는 내내 서로 어깨가 살깃살깃 닿고, 남자는 걸음의 중심이 여자 쪽으로 쏠려 자꾸 여자의 걸음을 방해했다. '남자가 더 사랑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할 때쯤 골목길 끝 넓은 사거리가 나왔다. 남자는 부끄러웠는지 손을 빼고 걸었는데, 여자 손이 다시 남자 손을 찾았다.나는 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으려다가 멀어지는 그 커플을 그냥 물끄러미 보게 됐다. 그리고 시야에서 멀어질 때쯤, 정신을 차리고 다시금 지하철역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오늘 아침 7시 45분 개미슈퍼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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