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다반사

교회 피아노 걸



군대에 있을 때나 지금이나 
남자들의 로망이 있다 이름하야 '교회 피아노 걸'

내가 이등병이었을 때 환경적응을 고심하던 소대장은 종교가 있는 병사는 각자의 종교로,
종교가 없는 병사는 pc방 외출로 당신의 걱정거리?를 해결하고 있었다

그 덕에 나는 매주 읍내에 있는 교회에 나갈 수 있게 되었고
피아노 걸의 히스토리는 여기서 시작된다
 
도착한 곳은 길가에 있던 조금 오래되 보이는 교회였다
읍내 이름을 딴 교회는 전형적인 시골교회였다

예배가 이미 시작되어 조용한 발걸음으로 예배당에 들어가 기도했다
그리고 기도끝에 맞춰 피아노 반주가 이어지는 순간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귀에 때가 벗겨지는 느낌'을 받았다
아름다운 선율과 감정이 풍부한 그 음들...나도 모르게 눈을 뜨고 누가 피아노를 치는지 보게 되었다
피아노 선율처럼 아리따운 아가씨 ...

온갖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이메일 주소를 알아냈고 생일때를 기다려 메일을 보냈다
답장은 왔지만 내용은 예의바르게 편지 그만보내라는듯한  약간 자르는 말투.

안타깝게도 그 이후 편지 왕래는 없었다

그리고 1년이 흘렀다



부대에 고참이 된 나는 중대본부에 들렸다가 히치하이킹으로 자대복귀를 하고있었다
(제주도는 본부와 소대가 상당이 멀다)
차를 태워주신 분은 나와 나이가 엇비슷해 보였다
우리는 비슷한 연령대로 금새친해질 수 있었고 
그 친구는 나에게 제주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들려달라고 했다  
나는 그 '피아노 걸' 사건을 꺼냈고 그 친구는 

그 친구: "미안하지만 그 피아노 걸의 이름을 알 수 있을까요?"
아오    : "아... 조XX에요 피아노를 어찌나 잘 치던지 완전 감동이었죠"
그 친구:"조XX요? 걔 제 후밴데... XX읍에 사는 애 맞죠?"
아오    :"헉.........."

난 속으로 뜨악~~을 외쳤고 쪽팔림의 쓰나미에 익사 직전이었다

그 친구:"제주도가 상당히 좁거든요 3다리만 건너면 다 알아요ㅋㅋ"
아오    :"아....네...."

그 친구는 얄밉게도 그 피아노걸에 대한 신상을 자세히 말해주는 잔인함까지 보였다

그렇게 몇 달후 난 제대를 했고 그렇게 끝이 났다

지금 생각해 보면 별거 아닌데 그때는 왜 그렇게 떨리고 민망하던지 ㅋㅋ

그래도 누군가 다시 그 때로 돌려보내준다면 그 설레임을 맛보러 돌아갈지도 모르겠다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버지와 감  (0) 2009.11.02
무제  (0) 2009.10.10
겨울  (0) 2009.10.10
새신부가 알려준 이상형과 결혼하는 방법  (0) 2009.09.15
상도동 김양  (0) 2009.08.30